스님의하루

2020.6.14 10-2차 백일기도 입재식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최고의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대구에서 열린 10-2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을 정진하면 사람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열 번째 천일, 그중 두 번째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입재식마다 전국의 정토행자가 한곳에 모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수가 모이는 행사는 취소했습니다. 오늘은 대구 수성법당에서 입재식을 하고, 전국으로 생중계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백일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고생이 많았던 대구를 촬영지로 정했습니다. 아침 기도와 농사일을 하고 아침 8시에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9시에 대구 수성 법당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는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9시 40분부터 10차 천일결사 2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입재식은 약 3시간 정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데이터 요금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가급적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영상을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에 유념하여 마스크를 꼭 쓰시기 바랍니다.”

예불을 드리고 참가자 소개 영상을 보았습니다. 지역 별로 참가인원을 소개하는 영상을 20초씩 찍어서 보내주었습니다. 국내 29개 정토회와 해외 4개 정토회에서 총 8500여 명이 온라인으로 함께 했습니다.

지난 백일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온라인이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온라인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명상수련을 하고, 불교대, 경전반 수업을 하고,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화상회의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온 분의 수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성인이 되어서도 저를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2016년, 정토회를 만나기 전까지 딱 그렇게 살았습니다.”

강순자 님은 매일 술을 마시고 주정을 했던 아버지, 가난해서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던 것, 덕 보고 싶었지만 갈등이 많았던 결혼생활에 대해 생생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수행으로 어떻게 인생의 변화가 왔는지 들려주었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점점 물기가 마르더니 희망찬 목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스님 법문은 열심히 살기만 한 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제가 몰랐던 게 너무 많았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이 내 안의 억울함, 원망, 무서움, 불안함에 갇히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매일 나를 돌이키고 알아차리니, 제 마음이 지렁이가 살 수 있는 기름진 땅이 되어갑니다. 눈물로 저를 표현하기보다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제 상처가 이미 치유되고 있으니 어떤 상처를 만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저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 강순자입니다.”

강순자 님의 수행담을 듣고 조용히 눈물을 닦아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어서 스님께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법상에 오른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를 보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백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는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다음 100일은 어떤 자세로 지내야 하는지 법문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1차 입재식과 마찬가지로 2차 입재식 마저도 온라인으로 하게 됐습니다. (웃음)

임시가 아니라 일상이 된 온라인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0일의 불편이 100일 만에 끝날 게 아니고 앞으로 100일 더, 다시 100일 더, 이렇게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어떻게 전염이 시작됐는지 그 원인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현재는 무증상자들에 의해 전염이 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를 종식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확진자의 숫자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많은 게 아닌데 방역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어려운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토회 회원 여러분부터 시작해서 모든 국민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서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정토회는 나름대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역에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를 했습니다. 심지어 초파일 하루 전에 초파일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절에서 초파일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먹고 살기를 포기한다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토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적극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 있는 모든 법당이 오늘 입재식 마저도 이렇게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 모든 행사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정 종교, 특정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인 동시에 온 국민의 건강에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편이 좀 생기더라도 여기에 적극 호응해야 합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토회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제는 일상적으로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가야 됩니다.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종식되는 대로 좋은 것이고, 만약 종식이 안 된다고 해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1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임시로 온라인 전환을 해왔다면, 2차 백일기도 기간에는 지금의 온라인 방식이 더 이상 임시가 아니고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임시라고 여기니까 마음이 자꾸 불편한 거예요. 그런데 오늘부터는 여러분들이 수행법회를 듣든, 아침기도를 하든, 명상을 하든,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을 정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현 상황을 정상 생활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토회에서 온라인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러분들 개개인도 이런 시스템을 각자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특히 집에서 사는 방식을 좀 바꾸어야 해요.

1인 1법당 갖기 운동, 내 방을 법당으로!

지금은 응접실 하나 두고, 자기 방 하나 갖고, 애들 방 주고, 이렇게 살잖아요. 이제 정토행자들은 무조건 방 하나를 법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1인 가구여서 방 하나밖에 없다면 ‘법당에 내가 산다’ 이렇게 마음을 가지셔야 됩니다. 우선 방 하나를 수행도량으로 꾸며놓은 다음에 나머지 방에 생활용품을 두고 사시면 됩니다. 수성법당, 달서법당 이런 개념을 벗어나서 오늘부터는 각자 1인 1 법당 갖기 운동을 시작하는 겁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1인 1 법당 갖기 운동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도저히 집안 형편이 안 되어서 방 하나를 독립적인 수행도량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평소에 돈을 절약하셔서 텐트를 하나 구입하세요. 텐트를 사서 옥상에 갖다 놓든지, 마당이 있으면 마당에 갖다 놓든지, 어딘가에 설치해 놓고 온라인 법회를 할 때는 텐트에 들어가서 법회를 하시면 돼요. 이렇게라도 1인 법당이 집집마다 하나씩 만들어져야 해요.

마치 스마트폰을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듯이 집집마다 1인 법당을 하나씩 가져야 합니다. 1인 법당에는 가능하면 노트북을 하나 사서 책상 위에 두시면 좋습니다. 평상시에는 업무를 보다가 기도 시간이 되면 의자를 뒤로 치우고 방석을 딱 놓고 책상 위에 노트북을 켜고 기도를 하는 겁니다. 노트북 화면에 불상도 나오고 예불도 음원으로 다 나옵니다. 이미 매주 토요일마다 그렇게 새벽 기도를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명상을 하는 겁니다. 일요일마다 하는 온라인 명상에 다들 참여하고 계시죠?”

“네.”

“이렇게 내 집에 마련한 1인 법당에서 명상도 하고, 수행법회도 듣는 겁니다. 정회원이 아닌 사람은 거기서 금요일마다 수행법회를 들으면 되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생들은 거기서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는 겁니다.

간접 대면이라고는 하지만 여러분들과 제가 일대일로 만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대신에 전부 다 내 집 법당에서 수행하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 모두가 법당의 당주가 되는 겁니다. 전국에 계시는 당주 여러분! 제가 앞으로 여러분 모두를 당주로 임명해 드릴게요. (모두 웃음)

어떻게 하면 법문이 지식화 되지 않게 할 것인가

직접 대면하는 방식은 소수에게만 확산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온라인 방식은 다수에게 확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에 이런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은 직접 만나서 검증을 해야 하는데 과연 온라인 방식으로 체득이 될 수 있는가?’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간접 소통 방식에는 우리들의 감정과 마음이 안 실리기 때문에 수행이 지식화 될 위험이 굉장히 높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간접 대면인 문자로 기록되면서부터 점점 지식화 되어간 측면이 크거든요.

‘어떻게 하면 법문이 지식화 되지 않게 할 것인가’

이것이 지금 가장 큰 과제입니다. 수행이란 몸과 마음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온라인 방식은 지식 전달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지만 과연 수행까지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수행까지 가능하도록 하려면 메시지는 온라인으로 받지만, 여러분들이 일상 속에서 그것을 체험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법문을 듣거나 경전 공부를 하는 건 다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집에서는 매일 명상을 하거나 절을 해야 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2주일에 한 번은 수련원에 와서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졌을 때 온라인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최고의 방법

여러분은 지금 당장 살아가는 데에 급급해서 잘 안 보이지만, 길게 보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검소하게 살아라’ 했던 말이 이런 상황 속에서는 어쩌면 저절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접촉하면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접촉을 안 하는데 화려하게 차려입으면 뭐하고, 지위가 높으면 뭐해요? 그러면 뭐가 제일 중요해질까요?

결국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해져요. 집이 넓다, 옷이 좋다, 가방이 좋다, 지위가 높다, 이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물론 어느 정도는 계속 남겠지만, 그것보다는 ‘얼마나 행복하냐?’ 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지금 하고 있는 수행 정진이 정말로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수행은 미래를 위한 준비도 됩니다. 미래를 예측할 때 큰 테두리에서 세상이 어떻게 갈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이 좋고, 무슨 기술이 좋고, 이런 구체적인 예측은 잘 안 맞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비하는 최고의 준비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구애받지 않고 능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겁니다.

그게 무슨 일이든, 농사 지을 일이 있으면 농사 지을 수 있고, 장사할 일이 있으면 장사할 수 있고, 대면접촉을 하라면 대면접촉을 할 수 있고, 비대면 접촉을 하라고 하면 비대면 접촉을 할 수 있고, 서투르면 조금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야 돼요. 처음 하는 일이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두려워하면 안 돼요. 처음 하는 일이니까 배우면 되고, 모르는 일이니까 물어서 하면 되고, 낯선 곳에 갔으니까 ‘구경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두 번 하고, 두 번 해보고 안 되면 세 번 하면 됩니다. 축대를 쌓았는데 무너지면 새로 쌓으면 되고, 무너지진 않았는데 배가 튀어나와서 무너질 것 같으면 무너뜨리고 다시 쌓으면 돼요.

어떤 일이 되고 안 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안 되면 한 번 더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행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어떤 경계에 부딪히더라도 그 경계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은 수행적 관점이 없는 사람보다 결혼 생활이 훨씬 수월합니다. 수행자가 되면 결혼을 잘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리고 수행자가 되면 장사가 잘 된다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사람이 가게를 운영한다면 수행자가 더 잘 운영한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기가 행복하기 때문에 인상을 안 씁니다. 손님이 물건을 안 사고 뺐다 넣었다 해도 성질을 안 부립니다. 머리가 영리해서 장사를 잘하는 것과 수행은 별개의 문제예요. 길목을 잘 잡은 것과 수행은 별개의 문제인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조건에서는 수행적 관점을 가지면 세상살이도 더 나을 수밖에 없어요. 수행을 하면 내가 행복해지고, 남한테 피해를 안 끼치게 되고, 낯선 곳에 가도 적응을 빨리 하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차 백일기도 입재 법문에 이어서 곧바로 신규 천일결사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입재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롭게 천일결사에 동참한 사람들을 위해 축원을 해준 후 단 한 번 만에 전국에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신규 입재자들에게 염주를 걸어 주었습니다.

“오늘부터 아침마다 108배를 하셔야 되니까 염주를 증정하겠습니다. 영상 속에서 제가 ‘염주를 드리겠습니다’ 하면 자기 스스로 염주를 목에 딱 걸면서 ‘잘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해 봅니다. 이렇게 한 번만 하면 제가 염주를 여러분 모두에게 직접 다 준 것과 같아요.” (웃음)

“네.”

“염주를 드리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웃음)


기존 입재자들은 큰 박수로 환영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신규 입재자들은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마음으로 스님을 향해 삼배하고, 기존 입재자들을 향해 삼배를 한 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은 신규 입재자들이 100일 동안 매일 정진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알림이 울리면 싹 일어납니다

“오늘은 이렇게 딱 정진하겠다고 마음을 내지만 내일 아침부터 안 될 거예요. 왜 안 될까요? 새벽에 일어나는 게 아직 습관이 안 됐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결심을 해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행을 안 해봤기 때문에 잠이 들면 무의식 세계에서 원래 습관대로 흘러갑니다. 5시에 알림이 울리면 알림 소리는 들리는데 마음은 일어나기 싫어요. 그럴 때 딱 일어나버려야 돼요.

‘어떻게 하면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은 꿈속에서 꽃을 꺾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알림이 울리면 ‘싹’ 일어납니다. 뭐라고요?”

“싹 일어납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유를 붙이면 안 돼요.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야지!’ 하는 각오와 결심이 필요하지 일단 일어나버리면 각오와 결심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일단 일어나버리면 돼요. 헐레벌떡 일어나지 말고 그냥 싹 일어나면 돼요. 일어나셔서 딱 자리정돈하고 옷 간단하게 입고 바로 정진을 시작합니다. 부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백만의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자가 더 큰 영웅이다.’

이 말은 자신의 까르마를 이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이긴다 할 때 앞에서 말하는 자기는 알아차림의 정신 작용이고 뒤에서 말하는 자기는 까르마의 정신작용이에요. 그래서 ‘지금 까르마가 작동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냥 일어나버려야 해요.

108배를 하기로 했으면 다리가 아파도 하고, 더워도 하는 겁니다. 다만 몸이 불편하면 천천히 하고 빨리 하고의 차이만 있습니다.

‘다만 할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시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100일은 빠지지 않고 매일 정진을 해보세요. 이미 빠져버렸다면, 다음 날 ‘한 번 빠졌는데 포기하자’ 이러지 말고 ‘빠진 건 빠진 거고, 내일부터는 다시 한다’ 하고 다시 시작하세요. 뒤로 가면 안 되고, 항상 앞으로 가야 됩니다. 그렇게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스님으로부터 에너지를 듬뿍 얻고 다시 100일을 시작해 봅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생방송을 진행한 봉사자들과 사회자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

입재식을 마치고 대구를 출발해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대구와 두북은 차로 50분 거리여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휴식한 후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죽순을 뽑았습니다. 비가 오고 이틀이 지나 죽순이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10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4월의 쌀쌀한 날씨 속에 시작한 명상이 6월의 무더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아침에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오후에는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더니 저녁이 되자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미국에서 제이슨이 전화 연결 방식으로 동시통역을 해주었습니다.

“지난주에 명상을 하고 나서 올라온 질문 두 개만 먼저 답변을 드리고 명상을 시작하겠습니다.

Now let us take a look at the two questions that we got after the meditation session last week.”

스님은 인사를 겸해 농사 이야기를 잠시 들려준 후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기쁜 마음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 명상의 목표인가요?

“명상은 감정을 무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분노, 상처,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올바른 관점에서 보고 맑은 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이것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명상은 긍정적인 감정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요? 명상은 우리가 이런저런 상황들을 접할 때 기쁜 마음조차도 반응하지 않도록 되게 하는 것인가요?

I appreciated Ven. Pomnyun's words this morning when he said that meditation was not designed to dull the emotions but give us perspective to react with clear thought to different situations rather than reacting with negative emotions such as anger or hurt or sadness. Can you say the same about positive emotions? Is meditation designed to keep us from feeling positive emotions? is it designed to keep us from reacting to situations with joy in our hearts?”

“우리들의 감정은 즐겁게도 일어나고, 괴롭게도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즐겁기만을 원하고, 괴롭기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생을 살아 보면 괴롭고 즐겁고 하는 것이 늘 되풀이됩니다. 이것을 부처님은 윤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움은 항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면 반드시 괴로움이라고 하는 부작용을 동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둘 다 그 뿌리는 욕망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서 욕구가 충족이 되면 만족감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즐거움입니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족감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괴로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충족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늘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풀이되는 속에 살게 되는 겁니다.

괴롭다가 즐겁다가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괴로움이 완전히 종식되려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버리면 괴로움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그렇게 되면 즐거움이란 것도 같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열반이라고 하는 말의 뜻은 ‘괴로움이 소멸되었다’입니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괴로움과 연동되어 있는 즐거움이기 때문에 즐거움도 곧 괴로움의 한 부분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고요 적정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괴로움을 가져오니까 소멸시켜야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인 즐거움은 굳이 없앨 이유가 없어요.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그러나 즐거움을 추구하게 되면 반드시 괴로움이 뒤따라오게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 일어났다 하더라도 사라지도록 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감정을 추구하거나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괴로움이 되기 때문에 추구하거나 집착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나머지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명상 자세에 대해 하나씩 안내하자 시청자들도 함께 따라 하며 명상 자세를 취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고, 나갈 때는 나가는 줄 압니다. 숨이 거칠면 거친 줄 알고, 고요하면 고요한 줄 압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있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긴장하거나 애쓰지 않습니다. 안 된다고 포기하지도 말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Let us straighten our position. Know that the breath has come in, and know that the breath has left. And if the breath pauses know that has paused. If the breath is calm know that is calm. So you’re not observing in a judgmental way. You’re not observing with intent. You’re just observing as is. Do not try to tense up, do not struggle to try. And do not give up just because you can’t do it for the first time. Just see the breath. If you lose it, know that you lost it and regain that focus.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공기를 가르는 죽비 소리가 온라인을 타고 세계 각지의 수행자들에게 날아갔습니다.

탁! 탁! 탁!

침묵의 시간을 깨는 죽비가 다시 울립니다.

탁! 탁! 탁!

스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고, 화면에 스님 얼굴이 보입니다.

“해 보니 어땠습니까? 해 본 소감을 올려 주세요.”

실시간 채팅창에는 오늘도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다 읽지는 못하고, 몇 가지 눈에 보이는 소감들만 스님이 읽었습니다.

‘편안했는데 몸이 자꾸 흔들렸습니다’
‘I was relaxed and comfortable but my body kept shaking.’

‘마음이 고요해지고 좋았습니다’
‘It was good, my mind was at peace and felt good.’

‘마음이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가 뒷부분에 조금 졸렸습니다’
‘I thought I was doing well focusing but I felt drowsy towards the end.’

‘자다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I feel like I just woke up from sleep.’

‘주변 소리에 민감해져 정신이 자꾸 빼앗깁니다’
‘I was distracted often by the external sounds.’

‘다리 저림을 이제 참을 만합니다’
‘I think I'm beginning to get used to my aching legs.’

‘처음으로 30분 잘 마쳤습니다’
‘First time I was able to go through the full 30 minutes.’

‘여전히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Still very difficult to focus on my breath’

‘숙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웃음)
‘Felt like I just woke up from sleep.’

각자의 상황에 정말 다양한 소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닫는 이야기를 하며 온라인 명상을 마쳤습니다.

“각자의 느낌이 어떻든 여러분들이 직접 경험해 보고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태가 어떻든 다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난 겁니다. 호흡이 잘 관찰되었든 잘 안 되었든 다 좋은 것입니다. 알아차림이 잘 유지되는 분은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자주 놓치는 분은 더 꾸준히 해나갑니다. 오늘 채팅창에 올려준 질문들은 다음 주에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통역을 해준 제이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전에는 대구 수성법당에서,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오늘도 스님은 바쁜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9번째 강의를 생방송으로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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