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드니의 젊은 피
청년 김미선 님 수행담

환한 웃음이 예쁜 김미선 님은 최근 2년 사이에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수행과 순례, 기행을 섭렵하고 불교대학 담당, 법문 번역 등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시드니정토회의 청년입니다. 오늘은 김미선 님의 수행담을 들어봤습니다.

강렬했던 깨장, 뭔가 더 있지 않을까

2014년 스님의 해외 100강 시드니 강연에 참석했다가 강연장 밖 부스에 앉아 계시던 분께 불교대학에 관한 문의를 드렸더니 깨달음의장 (이하 깨장)을 권해주셨습니다. 시드니 깨장은 이미 정원이 찼다고 해서 혹시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물었더니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뭐 정말 연락을 주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에 정말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법회도 한번 안 가보고, 정토회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깨장을 가게 됐습니다. 눈이 와서 택시도 안 가는 길을 가방을 끌고 문경 수련원까지 올라가면서, 택시도 못 가는 이런 오지에서 혹시 전 재산 내놓고 출가라도 하라면 어떻게 도망을 쳐야 하나 의심을 했습니다. 수련 중에도 석연찮은 부분은 없는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을 만큼 정토회에 대해 아는 게 없던 저는 깨장을 통해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고, 한 달이 지나도록 정신이 얼얼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나오는 날 돌아서서 눈 덮인 수련장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대로 끝인가, 뭔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4박 5일 만에 이렇게 배웠으면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 왼쪽부터 두 번째에 김미선 님
▲ 불교대학 졸업식 - 왼쪽부터 두 번째에 김미선 님

그래서 법회에 나오게 됐습니다. 정토회도 불교도 전혀 몰라서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이건 왜 해요, 꼭 해야 돼요 질문이 많던 저를 보살님들은 늘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법회를 나오고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법문 번역을 시작하고, 인도 성지순례, 중국 동북아 역사기행도 다녀오고, 나눔의장, 명상수련도 하고 정토를일구는사람들 (이하 정일사) 수련까지 지난 2년 동안 정토회와 함께한 것이 참 많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한민족입니다

특히 지난 8월에 다녀온 중국 동북아 역사기행은 어릴 때 이민을 와서 한국에 대한 애착이 없던 제게 민족의식을 갖게 한 계기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뉴질랜드로, 성인이 된 후 다시 시드니로 이민을 온 저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번 역사기행을 통해 배운 내용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저를 반성하도록 했습니다. 조선족들의 아픈 이민사를 들을 땐, 나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이민을 온 사람들일 뿐인데 하는 생각에 그들이 겪은 고통이 마음 아팠고,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을 땐, 나라면 한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과연 그들처럼 투쟁 정신을 가지고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던 허름하고 초라한 북한 주민들의 집들, 이후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홍수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과연 그 집들이, 사람들이 성할까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중국 동북아 역사기행에서 스님과 한 컷
▲ 중국 동북아 역사기행에서 스님과 한 컷

사진으로만 보던 백두산 천지, 광개토대왕비와 고구려 벽화 등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은 광복절 전전날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나오니 길을 따라 태극기가 쭉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태극기를 보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대해 이렇게 모르고 살았구나, 이렇게 깊고 소중한 역사를 따라서 내가 있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구나. 돌아오는 길에 공항 철도 안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국적을 떠나서, 거주지를 떠나서 ‘나는 자랑스러운 한민족입니다.’라고.

따뜻한 아빠 같고 포근한 엄마 같은

여러 수련을 하며 만난 법사님들은 제게는 따뜻한 아빠 같고 포근한 엄마 같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정일사 수련이 있었는데요, 묘당법사님께서 시드니에 다녀가셨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깨장과 정일사 수련, 불대생들과의 만남, 대중을 위한 만남까지 많은 일정을 마치고 가셨습니다. 수련장 벽난로에서 법사님이 구워주던 군고구마도 따끈따끈했지만 그보다 법사님의 말씀들이 더 따뜻했습니다. 출국하시기 전날 밤늦게까지 일정을 마치고 법당 건물 아래에서 차를 기다리느라 잠시 서 계시는데 그 모습이 참 소박했습니다. 깨장에 수련에 그 많은 일정을 다 마쳤다는 뿌듯함도,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도, 귀국하는 것에 대한 설렘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그냥 지나가다 서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평범함이 느껴져 멋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함께 한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지난달 시드니에서 있었던 정일사 수련에서 법사님과 한 컷 - 뒷 줄 왼쪽에서 첫 번째에 김미선 님
▲ 지난달 시드니에서 있었던 정일사 수련에서 법사님과 한 컷 - 뒷 줄 왼쪽에서 첫 번째에 김미선 님

정일사 수련 중에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법사님은 왜 마음 나누기 안 하세요?” 하는 제 질문에 묘당법사님께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번 나누기를 하는데 건너뛰지 않고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하셨습니다. 순간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승낙하셨다는 게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작년 불교대학 수업을 들을 때 부처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부처님의 법문을 직접 들을 수도, 대화를 나눌 수도, 침묵의 승낙을 받을 수도 없음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곁에 이런 스승님, 법사님들이 계신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봉사,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

봉사를 하면서는 그것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고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불교대학 진행을 맡아 앞에 앉아 있으니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마음가짐이 다르니까 훨씬 많이 배우게 됩니다. 불교대학을 내 돈 내고 시간을 들여 가는데 누구 다른 사람 좋으라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듯이 저에게는 그 시간이 법문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번역 봉사는 스님의 유튜브 법문에 영어 자막을 넣는 일인데요, 스님이 왜 이런 얘길 하셨을까 내 것으로 소화가 된 뒤에야 번역을 할 수 있어서 이 또한 공부가 됩니다.

또 정토회에서 하는 일 대부분이 함께 협동해야 하는 일이어서 같이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습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한데 제 작은 보탬이 담당자들, 팀장들, 또 총무님을 돕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거든요. 제게는 쉬운, 딱히 기술이랄 것도 없는 재주가 정토회 내에서 너무 잘 쓰이고 다들 고마워해서 그게 참 고맙습니다.

정일사 수련을 마치고 - 환한 웃음이 예쁜 김미선 님
▲ 정일사 수련을 마치고 - 환한 웃음이 예쁜 김미선 님

저희 총무님 얘기를 잠깐 하자면요, 인간미가 팍팍 넘치는 분이라 덕분에 배꼽 잡고 웃을 일도 많은데, 저는 유난히 총무님께 받은 게 많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닐 때도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저를 집에 태워주시더니, 올해는 불교대학 저녁반 담당을 맡은 저를 여전히 태워주고 계세요. 퇴근 후 부리나케 오느라 저녁을 못 먹는 것을 아시고는 얼마 전부터는 도시락을 만들어 주기도 하십니다. 정토회의 모든 활동이 이렇게 누군가의 시간과 봉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고 저도 그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봉사를 통해 회향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요만큼의 희망 나누기

보시도 처음에는 마음이 나지 않고 인색했습니다. 그런데 법회 끝나고 공양하면서 맨날 밥을 얻어먹다 보니 밥을 사 먹어도 십 불은 들겠다 싶은 생각에 보시를 하게 됐습니다. 언젠가 수련이 끝나고 법사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자립해서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해서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당장 몇 푼, 일시적인 도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요. 법사님 말씀이 만약 내 눈앞에 굶어 죽어가는 아이가 있다면, 나는 먹으면서 그 아이를 굶어 죽게 두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당장 음식을 떠 넣어 먹여주는 거지, 이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도울 수 없다고 눈앞에서 굶어 죽게 두겠느냐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보시하기 싫은 마음에 이런저런 이유를 찾았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작은 보시로 오늘 하루 요만큼의 희망을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면 제가 예전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항상 수행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괴로움이 사라지고 행복한 사람이 됐습니다. 제가 그때 정토회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럼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김미선 님과 같이 부지런히 활동하는 청년들이 늘어 시드니정토회는 조만간 청년법회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시드니정토회 청년들의 활약상을 기대해 봅니다.

글_김미선
정리_이진선 희망리포터 (시드니정토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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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웃음도 마음도 열정도 아름다운 청년이네요~
시드니법당의 홍복입니다.

2016-11-08 08:25:44

이 정화

김 미선 법우님의 수행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사진속에는 저의 시드니 깨달음장 동기분들이 수두룩~~ 더더욱 반갑네요. 이렇게 열심히 수행, 보시, 봉사하시는 시드니 도반님들과, 특별히 청년 법우님들의 수행담을 접할때, 부처님의 밝은 법이, 가까이는 이 호주 곳곳에, 멀리는 이 세상에 두루두루 퍼질날이 성큼 다가오는것 같아 행복합니다. 멜번에 있는 저희들도 미선법우님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이며, 소중한 도반입니다.

2016-11-05 07:12:53

보리화

미선법우님 감동적인 수행담 잘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우리 시드니 정토회 든든합니다.

2016-11-03 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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