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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 오면 밴쿠버 도반들의 태평양 건너기가 시작됩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국을 방문하는데 그 중 정토행자들의 마음의 고향, 문경을 방문한 최내영 님과 박은선 님의 나들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최내영(이하 최): 7월 29일 나눔의장에 참가하러 왔다가 오후 3시 입소 시간을 놓쳐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 바라지로 4박 5일 문경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박은선(이하 박): 밴쿠버정토회 총무 소임을 맡고 있어 이번 문경에서의 해외 총무단 및 지구장 수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련을 마치고 바로 9박 10일의 명상수련 일정이 잡혀있어서 명상수련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최: 어쩌다가 실수로! ^^ 2년 전 문경에서 깨달음의장을 한 경험이 있음에도 오후 3시 이전 입소임을 잘 살피지 못했습니다. 비행기로 10시간, 공항에서 3시간 반을 달려 밤 10시 수련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 나눔의장 참가하러 왔는데요.”, “3시 이후 입소는 안 됩니다. 다른 수련생들께 방해가 됩니다.” 그 때서야 ‘아차!’ 했습니다. 준비물을 챙기면서도 어쩜 그 문구를 놓쳤는지… 날짜가 맞아 좋아하며 깨어 잊지 못했던, 믿고 싶은 대로 믿었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많이 부지불식간 내 맘대로 생각하고 살았을까! 이렇게 또 배우는구나. 감사합니다!’ 일단 밤이 늦어 잠을 청하고 다음 날 나눔의장 수련 대신 바라지로 수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해외정토회와도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해외정토회의 특성상 무엇보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이나 수련이 절실히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만일결사 8차년도에 들어와서는 매해 새롭게 바뀌는 업무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와중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최: 깨달음의장을 문경에서 마치고 문경수련원은 제게도 마음의 고향이었습니다. 상주 대중들과 생활하면서 이번 4박 5일은 처처, 매 시가 제게 깨달음의 연속이었습니다. 해우소, 바라지장, 재활용 분리장, 공양 시간, 새벽예불 그리고 잠들 때까지 여법하게 다만 깨어있기를 소망하는 정갈한 수행자들! 그 안에서 저도 두 손을 모으고 마음속 등불을 켰습니다.
박: 정토회를 잘 모르던 때 깨달음의장을 마친 이후로 문경은 언제나 푸근하고 그리운 엄마 품 같은 곳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대웅전과 명상원 등 새로 지어진 건물과 늘어난 상주 대중의 숫자를 보며 매번 방문할 때마다 많은 변화와 발전을 느낍니다.
최: 이번 수련은 기억에 남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튿날, 새벽 예불을 드릴 때 제 눈에 뜨인 어느 상근 수행자의 구멍 난 양말이었습니다. 새벽 4시 예불 전부터 절을 하고 있던 그 수행자의 양말은 풍족한 일상을 누리는 제게 부끄러움으로, 그 수행자의 당당함으로, 이 수행 공동체의 여법함으로 저를 불법에, 부처님께 고개 숙이게 했습니다. 그 후로도 자주 구멍난 양말들을 보며 '문경 트랜드인가?' 싶어 하하하 잠시 웃었습니다. 참 멋진 유행입니다.
또 하나를 꼽자면 바라지장입니다. 새벽 4시 기상, 찜통더위 속 바라지장은 땀으로 샤워를 하며 음식 준비를 하는 고단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 그대로 쌀을 씻을 때도 국을 저을 때도 정성을 담아 기쁘게 했습니다. 서로 정해진 소임이 있었지만 일이 끝나면 좌우를 살펴 조용히 다른 도반을 돕고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은 그대로 보살행이었습니다. 잘 쓰이는 기쁨의 충만함! 그렇게 실수로 참여하게 된 바라지장은 제게 복이 되고 락이 되었습니다.

박: 이번 수련은 해외사무국에서 주관한 첫 문경 수련이었던 만큼 모든 것이 배울 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정토를일구는사람들 수련을 비롯해 전체 일정이 꼼꼼히 짜여져 조금이라도 더 많이 소통과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수고했을 해외사무국 외 연수원, 중앙 행정처, 바라지들께 시종일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명상수련을 이야기하자면 9박 10일 수행은 처음이었습니다. 4박 5일 수련에 두 번 참여했었는데 9박 10일을 마치니 법사님께서 왜 수행이 깊어진다고 하셨는지 그 말씀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 산을 오를 때 계곡을 건너고 바위를 오르고 숨이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넘어야 정상에 다다릅니다. 그렇듯 다리가 저리고 온갖 분별이 머릿속을 지나는 긴 묵언의 시간과 명상을 통해 일상에서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걸림과 번뇌를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묵언 후 나누기를 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니 해결된 줄 알았던 문제들이 왜 그대로 있는지, 도반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비로소 풀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반들의 경험담은 배움이자 답이었습니다. 3번, 5번… 매년 오는 도반들이 왜 그런 시간을 찾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저도 내년에 꼭 다시 명상수련에 참여하리라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최: 일문일답을 해주셨던 보수법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108배 기도정진이 매일 하는 샤워라면 문경 수련은 묵은 때를 미는 목욕이다.” 제겐 정말 목욕 같은 나들이였습니다. 또 일상의 파도타기에서 켜켜이 때가 얹겠지요? 그럼 산 좋고 물 좋은 문경에 목욕하러 오려고 합니다. 도반님들도 함께 하실래요? 호호호
박: 이번 수련은 소임을 갖기 이전에 나는 수행자임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준 큰 계기였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수행정진하겠습니다.
박: 올여름 많은 도반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업무 공백이 컸음에도 선선히 맡아주고 묵묵히 봉사해주는 도반들이 있어 이렇게 한국에서 좋은 시간 갖게 되었습니다. "도반은 친구보다 나아야 한다."던 유수스님의 말씀에 이어, "도반은 수행의 전부다."라고 하셨던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에 안고 돌아갑니다.
최: 박은선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의 소임을 기꺼이 대신해 준 도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토회서 진행하는 어떤 수련이든 참가해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바라지장, 인도성지순례, 명상수련 모두 일상에선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던 내 안으로의 즐거운 여행입니다.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를 즐겁게 탐험해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글_최내영 (북미서북부 밴쿠버정토회)
정리_박근애 희망리포터 (북미서북부 시애틀정토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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