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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토요일, 밴쿠버법당에서는 9-1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한국의 입재식 영상을 받아서 일주일 늦게 진행되는 해외의 입재식 날은 100일마다 오는 잔칫날 같습니다. 특히 이번엔 9차년 천일을 시작하는 첫날이라 더욱 신이 났습니다. 그 즐거운 풍경을 스케치하여 전합니다.
아침 9시, 드디어 9차년 천일맞이를 위해 법당 문이 열립니다. 10시 입재식을 앞두고 오프닝 봉사를 하게 된 이정혜 님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재윤이 그리고 저는 먼저 삼배를 올리고 천일결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법당을 쓸고, 방석을 깔고, 9-1차를 알리는 현수막을 부처님 불상 밑에 붙이고 나니 벌써 입재식 분위기가 나는 듯합니다. 새로 법당의 자원활동 담당을 맡게 된 이정혜 님은 입재카드를 준비해 와서 필기구와 함께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른 영상을 하나하나 맞추어 보며 저 역시 새로운 천일맞이에 기분 좋은 떨림과 기대를 갖게 됩니다.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어느새 한 분, 두 분 도반들이 들어옵니다.
10시! 두두둥~!!! 법고 소리와 함께 드디어 9-1차 천일결사 입재식이 시작됩니다. 정성스런 예불이 끝나자 입재식을 여는 시 낭송. 연신 여기저기 “와! 시 좋다!”, ”시도 곱고 법우님도 곱다.” 봄꽃 같은 시와 그 시를 읊는 법우님의 고운 자태에 법당에서는 화사한 웃음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김용주 천일준비위원회 위원장님의 9차 천일결사 10대 목표 발표 시간에는 팡! 팡! 팡! 여기저기 개나리 터지듯 웃음꽃이 터집니다.
"어디에서 저런 분이 오셨을까?"
"예전에 웅변학원 다니셨나 봐요."
"앗따, 저분 말씀 자~알 한다!"
위원장님의 활기찬 말투와 우렁찬 목소리에 마치 모든 목표를 이미 달성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사회자인 김병조 님이 “해외에 계신 도반님들께도 모두 손을 흔들어 주세요. 우리가 인사하면 해외 도반님들도 함성으로 맞이한다고 합니다.”라고 하자 국내 도반들이 와~하면서 열렬히 손을 흔듭니다. 우리 법당의 도반들도 모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와~! 반갑습니다.”하고 영상 안에 계신 분들이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외칩니다. 어디에서 이렇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요? 하하하

오전 법문 중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 밝은 곳에서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 어두운 곳이란 괴로움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이요, 밝은 곳이란 행복한 사람이다. 마땅히 수행자라면 어두움 속에서 밝은 곳으로 걸어 나가야 하고, 밝은 곳에서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수행이다. 내가! 지금! 여기! 행복해야 한다.”는 말씀에 수행자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새기며 오전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점심공양을 앞두고 8차년 소임을 마무리하는 담당자들과 8년 동안 부총무와 총무를 역임한 박은선 님에게 드리는 깜짝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밴쿠버법당에서는 9차년을 앞두고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법당을 이끌어주던 박은선 님과 강은희 님이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대부분 불교대학과 경전반 졸업생들로 이루어진 새내기 임원단이 꾸려졌지요. 그 새내기들이 준비한 감사 영상에 전임자도 후임자도 뭉클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원불교 법당을 빌려 홀로 시작한 불사! 그 후 사무실에 손수 마룻바닥을 깔아 법당을 만든 선배 도반님들! 처음 한 사람으로부터 뿌려진 법의 씨앗이 이렇게 많은 파릇한 불법의 싹을 돋아내었습니다. 그 발자국에 절로 존경과 감사가 솟는 시간이었습니다. 선배 도반들이 틔운 싹이 잘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길 두 손 모아, 마음 모아 발원해 봅니다.

맛난 점심공양을 마치고 흥도 많고 끼도 많은 도반들이 펼치는 정토 한마당을 보면서 법당은 정말 잔칫집처럼 흥겨워졌습니다. 신나게 어깨를 들썩이고 난 후에 들은 오후 법문. 왜 만일결사를 하는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입춘이 지나도 다시 겨울인 양 추울 때가 있다. 짧게 며칠을 보면 다시 겨울인 것 같지만 30일, 50일이 지나면 그때보다 날씨가 훨씬 포근하다. 길게 보면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통일도, 만일결사도, 수행도 마찬가지이다. 짧게 보면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우리는 통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토회에도 24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정토세상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이다. 우리가 봄으로, 밝은 곳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수행정진 덕분이었다. 그래서 개인에게는 꾸준한 수행정진이 꼭 필요하며 사회에는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입재자에게는 수행의 길을 알려주는 지도, 기존 천일결사자에게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망원경 같은 법문이었습니다. 밴쿠버법당의 9-1차 예비입재자는 4명입니다.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지도를 들고 이제 막 길을 나서는 도반들의 시작에 응원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게 반갑고 흥겨웠던 9-1차 입재식을 마치고 모두가 둘러앉아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행과 자신의 변화, 그리고 전법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침 수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고 ‘가장 확실한 전법은 내가 변해서 주변에서 스스로 나에게 물어보게 하는 것이다.’라는 한 거사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또 천일! 넘어지고, 자빠지고, 주저앉고, 엉엉 울면서 가겠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길게 보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글_최내영 (북미서북부 밴쿠버)
정리_박근애 희망리포터 (북미서북부 시애틀)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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