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불법 만나 웃음과 행복 되찾아
시드니 불대생 이우경, 김문진 님 수행담

이우경, 김문진 님은 지난해 4월 나란히 시드니 9기 불교대학에 등록해 누구보다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또 누구보다도 표정에 많은 변화가 생긴 분들입니다. 졸업을 앞둔 지금, 지난 1년 사이 삶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두 분의 솔직담백하고 가슴 뭉클한 수행담 함께 나눠봅니다.

닫힌 마음 열리게 해주신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우경 님: 제가 늦은 나이에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인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법을 만난 후 저는 분명 예전과 다른 세상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 앞에서 심한 폭언을 하고 화를 내며 미쳐 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평소 제 마음을 잘 알아주고 엄마를 잘 따르는 딸 아이는 공부도 잘해서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제게 “엄만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해”라는 얘길 했습니다. 저는 ‘니가 공부 좀 한다고 나를 무시하는구나’하는 열등감이 들었습니다. 딸 아이는 엄마가 또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할까 봐 불안해하며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면 공부하라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 육상 경기를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테니스를 배우지 왜 힘든 운동을 하느냐고 제 주장만 세웠습니다.

남편에게도 갑자기 폭발하는 화를 참지 못해 처음엔 큰소리로 화를 내다가 책상 위의 종이를 집어 던지고, 다음에는 더 큰 쿠션을 집어 던지다 하루는 집어던진 물건 때문에 부엌의 비싼 유리창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고 그나마 유리창이 깨진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지난해 말 시드니법당 송년회 겸 산행에 참여한 불대생들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이우경 님)
▲ 지난해 말 시드니법당 송년회 겸 산행에 참여한 불대생들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이우경 님)

더는 아이들에게 창피한 엄마가 되어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기가 죽어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법당에 나오면서 불교대학에 다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나누기하는 게 싫었습니다.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 게 떨리고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불쌍하고 가여웠습니다. 공양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싫어서 기차 시간을 핑계 삼아 도망치듯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다들 자연스러운데 그런 기본적인 일에도 적응을 못 하는 저 자신이 싫어서 불대를 포기할까 갈등도 많았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통해 화의 원인을 찾아

그러던 중 수행 맛보기를 통해 화가 일어난 원인을 찾고 참회의 백팔배를 하다 보니 희망이 보였습니다. 살림밖에 모르던 저는 마흔이 되던 해 생활 전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당시에는 애들 기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만 강했던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안되는 영어공부를 하고, 디플로마 자격증을 따기 위해 비싼 학비를 들여 학교에 다니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직원들과의 갈등을 겪으며 다 포기하고 삶마저 내려놓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몸이 견디지 못하고 탈이 나기도 했습니다. 항상 오르막만 있을 줄 알았던 내 삶이 어느 순간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경험을 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제 마음에도 병이 들었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저는 제가 잘났다는 착각, 과대망상에 빠져있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내게 되면서부터는 기도하면서 펑펑 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내 가족에게 화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못했던 일들을 참회하니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삶에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준 밥을 얻어 먹고 살았다는 미안함에 공양할 때는 먼저 주걱을 들고 밥 푸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도반들과 공양도 같이 하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님에 대한 고마움과 저의 배은망덕을 참회하며 펑펑 울었던 어느 날 아침, 식탁 앞에서 남편과 아들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틀림없이 뒤집어졌을 텐데 ‘화가 올라오는구나’ 알아차리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남편과 아이도 제 변화를 느꼈는지, 남편이 아이를 안고 “나도 네 나이 때는 부모님께 대들었어.” 하며 아들을 이해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갑자기 남편 품에 안겨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제 마음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백팔배 덕분에 아팠던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가 지금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릅니다.

저는 불교 공부를 통해서 제 문제를 알게 되고 나아갈 방향, 제 인생을 책임지는 길을 찾았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점에 대해서 같이 아파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도록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닫힌 마음 열리게 해주신 부처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수행 맛보기에 참여한 시드니 9기 오전반 불대생들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김문진 님, 뒷줄 오른쪽 끝에 이우경 님)
▲ 수행 맛보기에 참여한 시드니 9기 오전반 불대생들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김문진 님, 뒷줄 오른쪽 끝에 이우경 님)

불법 만나 ‘나도 행복해질 수 있구나’ 깨달아

김문진 님: 불교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 맞다. 이 수업 시작할 때는 내가 참 고통스러웠지, 뭣 때문에 그렇게 울고불고 가슴을 내려쳤었지…’ 마치 까마득한 옛날 일인 양 기억을 해내야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집을 비우면 제 아이들과 남편은 잠깐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되어있고, 아직은 성인 남자에게 반항을 못 하는 제 아들은 저를 보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재혼 가정인 우리 집은 제 아이들 셋에 남편 아이들 둘, 아이만 다섯입니다. 새 아빠와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한 제 아들은 점점 가족들을 피하고 무기력해져 갔습니다.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구들이 깨어있는 시간에 자고, 잠든 시간에 깨어 몰래 게임을 했습니다. 그런 아이를 다그치는 남편과, 중간에 낀 저는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왜 엄마가 해결을 못 하느냐고 항변하는 큰딸 앞에 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큰아이와도 싸우고, 작은아이에게는 “너 하나만 잘하면 된다”며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습니다. 그러다 집을 뛰쳐나가 미친 사람처럼 몇 시간씩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다가 남편에게 끌려 들어오기도 하고, 울다 지쳐 방안에 쓰러져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고 좋을 텐데…’ 내일 아침에는 눈뜨지 않기를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지인에게서 깨달음의장을 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결국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부터 저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아예 귀에 꽂고 다니며 잘 때도 마치 수험생이 책을 베고 자듯이 법문을 들었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통해 입재해 천일결사자로 매일 아침 같은 모둠에서 만나는 두 도반 (맨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에 김문진 님, 다섯 번째에 이우경 님)
▲ 수행 맛보기를 통해 입재해 천일결사자로 매일 아침 같은 모둠에서 만나는 두 도반 (맨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에 김문진 님, 다섯 번째에 이우경 님)

결혼 초기에는 남편을 설득해서 아이들의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도 같이 상담을 해야 효과가 크다고 해서 남편과 저도 같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을 받던 중 불같이 화를 내며 나가 버린 남편은 다시는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저는 혼자라도 계속하며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도 저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불같이 화를 냈다가 또 금방 후회하고, 너만 잘하면 된다고 울며 달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는 달라지지 않는구나, 난 이만큼 했으니 이젠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아라’ 하는 포기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즉문즉설 속의 스님 말씀은 그저 그 순간에만 고개가 끄덕여지고 막상 눈앞에 일이 닥치면 아이에게 화가 나고 남편을 원망하며 이젠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마음만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대학에 다녀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선뜻 승낙하긴 했지만 ‘거기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까? 날 또 얼마나 풀어내야 할까…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날 감춰야 하나? 아니면 입 다물고 아무 얘기도 하지 말아야 할까?’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불교대학은 참 뜻밖이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수업을 충실히 들을 뿐, 다른 사람의 얘기를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뒷 얘기들이 없다 보니 오히려 좀 너무 차가운 것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배워가는 부처님 법은 너무나 오묘하고 매시간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정말 저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법당에서 살 수 있는 책은 모조리 사서 밑줄을 그어 가며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매주 불교대학 가는 날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은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가만히 봐 주지 않았고 저는 남편과 헤어져 제 아이들하고만 살 수 있는 때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깨장 이후 내게 온 변화

그런데 마침내 가게 된 깨달음의장에서 제게 큰 변화가 왔습니다. 그때 저는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문제에 끄달리지 않고 그것을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배웠으며,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깨장을 마치고 절 데리러 온 남편이 절 보고 하는 첫 마디가 “참 고요해졌다” 였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이 사람을 깨장에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에 수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그저 인연 따라 살아간다’는 말을 되새기며 수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과 화해를 하고 또 사과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자식이란 이유로 그 애들 인생에 얼마나 많은 간섭을 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문제만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장점도 볼 수 있게 되면서 얼굴 마주 보고 웃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포기가 아닌 관심으로 아이들을 놓아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어려울 것 같은 전법도 하게 되어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불교대학에 관심을 갖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만약 스님의 즉문즉설을, 불교대학을, 깨달음의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와 제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약 법륜 스님께서 저 같은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부처님 법 만나 저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정말 감사합니다.

정리_이진선 희망리포터 (시드니법당)

전체댓글 12

0/200

이뭣고

가슴에 와닿는 감동적인 수행담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4-02 00:07:18

도반

도반으로 함께 가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경전반에서도 쭉 같이 할 생각에 기쁩니다.^^

2017-03-31 21:27:13

무량원

부처님 법 만나 스스로 행복을 만드신 이야기 감동적입니다.~

2017-03-29 05: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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