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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법당은 2017년 1월 1일, 새벽 6시에 도반들이 모였습니다. 2017년 새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고자 각자의 서원을 지니고 정진을 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마침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새하얀 눈밭이 되어있는 법당 전경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 도반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만 12살의 어린 도반 이예신 님은 고모와 함께 새해맞이 기도를 하러 왔다며 300배나 해야 한다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300배 정진을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천일결사 108배 기도부터 먼저 하고 300배 정진을 한다고 하자 탄식을 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드는 표정을 한 채로 말입니다. 아마 다른 도반들 중에도 놀란 분이 있었을 텐데 별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했습니다. 어릴수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자신의 감정을 망설임 없이,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좀 더 자유로운 삶에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108배 정진을 마치고는 여러 도반들이 준비한 호박죽, 구운 계란, 빵 등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20분의 쉬는 시간이 끝나자 각자의 서원을 안고 진중하게 300배를 시작했습니다. 몇몇 도반은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지만 이번 정진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기 때문인지 다들 마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절을 일찍 마친 도반들은 계속하는 도반들을 위해 끝까지 ‘관세음보살’을 정성스럽게 불러주었습니다. 정진을 마치고 정토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마음 나누기를 하였는데 그 중 몇 분의 나누기를 소개해 봅니다.

김효경: 아침 기도 시간에 맞춰 서둘러 세수를 하고 나왔는데 눈이 쌓여 있어서 다른 분들도 늦을 것 같아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법당에 도착하니 벌써 많이들 와 계셨습니다. 우리는 왜 1월 1일 새해 첫날, 눈까지 온 이런 날에 무엇을 위해 여기 모여 절을 한 것일까? 다들 각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지금 이 마음 이대로 간절함을 잘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며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벌써 숙제의 반은 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쭉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나아가길 소망해 봅니다. 참 행복합니다.
신수지: 어제 저녁 늦게 주상휴 님에게 픽업을 부탁하는 카톡을 보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아무런 답이 없어서 ‘아 못 오시나 보다.’ 하고 5시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습니다. 그런데 눕자마자 연락이 왔습니다. 아침 일찍 아드님을 공항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이라며 눈길을 달려 저를 태우러 와주셨습니다. 웬만하면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 같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게으른 면이 있어서 받은 만큼 잘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안 받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차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요즘은 무릎도 많이 아프고 해서 정진에 게으른 마음이 많이 올라왔는데 도반들과 함께 하니 300배가 잘 되었습니다. 별다르게 일어나는 마음 없이 어제와 똑같이 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예신: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는 너무 피곤해서 알람 소리까지 꿈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절을 하니 참 좋았습니다. 300배를 꼭 다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속이 이상해서 못했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꼭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무척 좋습니다.
한복희: 새해맞이 기도를 한다는 법당 이메일을 받고 ‘아 이거 한번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남편이 외식을 마치자 “올해 마지막 날인데 우리 어디 갈까?” 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안 된다, 내일 새벽기도 가야 해서 일찍 자야 한다고 했더니 남편이 많이 서운해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잘 달래줘야겠습니다. 새해맞이 기도를 한다는 것은 좋은 방식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새해를 축하한다며 12월 31일 밤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1월 1일 새벽 2-3시쯤에 자니 새해 첫날부터 늦게 일어나 비몽사몽 간에 하루를 시작했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새해엔 몸에 꺼둘리지 않고 여여하게 수행할 수 있기를 서원합니다. 지금 마음은 행복합니다.
남희숙: 저는 사실 평소에도 신정에는 집에서 좀 더 오래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도반들과 법당에서 기도할 수 있길 바랬는데 이번에 한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어제 아는 분이 호박 5개를 가져다 줘서 호박죽을 하게 되었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다음부터는 안 받을 거야.”라며 투덜거렸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그래도 생각해서 가져다 준 건데 그러면 되나?”라고 해서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남편은 정토회원도 아니고 수행자도 아닌데 저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고 부끄러웠습니다. 남편보다 얕게 생각한 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행하는 자세를 좀 바꿔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서 새해 첫날 아침에 도반들과 정진을 하게 되어 더욱 기쁘고 감사합니다.
주상휴: 새벽 3시 30에 일어나서 아들을 먼저 공항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가는 중에 보니 눈 때문에 사고가 난 차도 많고 좀 위험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법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신수지 님의 카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신수지 님을 데리러 가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먹을거리를 준비해오신 도반들에게 크게 감사 드립니다. 2016년에 나를 고집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돌아보고 2017년에는 무엇인가를 나로 삼아 꺼둘리지 말자고 경계하는 마음을 내었고, 2016년에 못한 것을 보는 퇴보심 보다는 2017년에는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분발심을 내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올 한 해는 이런 마음을 꾸준히 갖고 살아가 보자 하는 마음입니다.
시애틀 법당은 올해 처음으로 새해맞이 기도를 해보았는데 이제는 매년 연례행사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수행자로서의 삶을 목표로 하는 도반들이 새해 첫날 함께 모여 그 기운을 모아 본 이번 경험이 앞으로 수행을 꾸준히 해나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신심을 다해 서원하는 모든 일들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이 항상 하기를 기원합니다.
글_박근애 희망리포터 (북미서북부 시애틀)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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