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일결사가 뭔지는 알아요?
샌디에고법당 천일결사자 모임

지난 10월 24일 묘당법사님이 샌디에고법당에 오셨습니다.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을 못하는 해외 지역의 천일결사자들에게 수행에 대한 질의응답의 기회도 주고 격려도 해주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하신 것입니다.

샌디에고법당 부총무이자 희망리포터인 저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천일결사자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꾸준히 기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과연 몇 분이나 참석할까, 진행은 어떻게 하나, 점심 공양 준비는 어떻게 하지 등등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곧 법사님을 뵐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과 우리 법당 도반들과 함께 이런 모임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당일 아침, 도반들이 하나 둘씩 법당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고 그냥 천일결사자 모임이라고만 알고 온 도반들의 표정이 약간은 어색하고 긴장된 듯 보였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하고 드디어 법사님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가 뭔지는 알아요?" 묘당법사님의 질문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비록 천일결사에 입재하기는 했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천일결사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 변화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한 것은 수행, 보시, 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법사님 말씀에 도반들이 술렁거렸습니다. "그러면 안 할래요."라는 말도 튀어나왔습니다. '아, 오늘 모임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흥미진진해졌습니다.

먼저 법사님이 주신 몇 가지 질문에 각자 답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짧게 가진 후 돌아가면서 차례로 자기 이야기도 하고 수행하면서 궁금했던 것도 질문했습니다. 법사님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은 후 여러 가지 지도 말씀도 해주시고 궁금증도 풀어주셨습니다. 어느새 예정된 오후 5시. 도반들의 표정이 한결 가볍고 환해졌습니다. 법사님은 "수행자로서 새로운 관점을 잡고 같이 정진해 나갑시다." 하고 독려해 주셨습니다. 이번 모임에 대한 도반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법사님이 주신 질문지에 진지하게 답을 쓰고 있는 샌디에고 도반들
▲ 법사님이 주신 질문지에 진지하게 답을 쓰고 있는 샌디에고 도반들

박지현: 다시 깨달음의장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수행하기 힘든데 다 같이 도와서 수행하면 좋겠습니다. 내 고민을 이야기하니 마음의 벽이 깨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길 바랍니다.

채희영: 사실 나는 오늘 죽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왔어요. 절하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처음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적게 왔나, 법사님도 오셨는데 이게 뭔가 싶어서 화가 났지요. 그런데 하루 종일 같이 얘기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적은 인원이라 한 사람 한 사람 충분히 얘기할 시간이 있어서 딱 좋았어요. 도반들 얘기를 들으며 '아, 저 사람 문제가 내 문제랑 똑같구나. 몇 퍼센트만 다를 뿐이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이걸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갈까를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지경실: 법사님과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반가웠지만 ‘무슨 얘기를 하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좋으면서도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얘기를 듣다 보니 다 내 고민 같고 재미있었어요. 저는 질문할 기회가 여러 번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한 번 밖에 없더라고요. 별로 할 말도 없어서 처음에 얘기를 별로 안 했는데 지금은 다 못한 게 아쉬워요. 우리끼리 ‘기도합시다!’, ‘열심히 해요!’ 하면서도 말뿐이었는데 법사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움직이네요. 이게 가장 좋습니다. 전엔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말았다면 이번엔 정말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오미영: 저도 좀 깨달음의장 같은 느낌이 났어요. 깨장은 한 번밖에 못 가잖아요. 모임을 마치고 나니 깨장 후의 느낌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고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오늘은 정진했지만 내일 계속해서 못 할까 봐 나누기도 안 올렸어요(웃음). 이번 모임이 흐트러진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됐고요, 도반들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았어요. 남을 보면서 나를 볼 수 있잖아요. 모임을 하루 종일 한다고 그래서 힘들고 지루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고, 도반들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드네요.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법당의 단합된 힘이 느껴져 뿌듯했습니다.

김경원: 천일결사자 모임, 우리 법당에서는 처음 한 거잖아요. 법사님이 오셔서 너무 좋았어요. 법사님 보는 것만도 좋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더 좋았던 것은 도반들 얘기를 많이 들었던 거에요. 법당에서 우리끼리 나누기를 하면 시간 관계상 길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모임에서는 도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가 1년에 한 번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 하던 기도를 시작하게 된 것도 큰 변화네요. 한 달 가까이 기도를 못 했는데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내가 기도를 다시 시작했을까 싶어요. 법사님 잔소리가 필요한 거죠(웃음). 이번 모임을 통해서 또 한번 내가 고집이 세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기도하면서 참회하고 있습니다.

박수현: 저 혼자 애기할 때는 한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법사님이 계시니까 같이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사람 얘기도 들을 수 있고 법사님 말씀도 같이 들으니까 나도 저런 일이 생기면 이렇게 대처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 아는 법당 도반들하고 같이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제가 스스로를 탓하는 게 많은데 이번에 그런 내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김혜진: 천일결사자 모임이 있다고 처음 알렸을 때 반응이 생각 외로 좋지 않았어요. 평일이라 시간 내기 힘들고 수련 성격을 띈 모임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거였어요. 그러자 처음에 이런 기회가 생겨 기쁘고 감사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내가 이걸 왜 맡아서 또 욕 들어먹는 일을 하는 걸까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당연히 가야죠.", "시간 낼 수 있나 알아보고 연락 줄게요." 하시는 분들이 있어 나 혼자 있지는 않겠구나 하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고 다시 정신 차리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잘 끌려 다닌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고요. 그동안 우리끼리 나누기를 할 때는 혹여 토론이나 논쟁이 되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이번 모임은 법사님이 함께하시니 아무 걱정 없이 내놓을 수가 있어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도반들과 울고 웃으며 얘기하다 보니 훨씬 가까워지고 단합된 느낌이 듭니다. 이 모임을 하기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묘당법사님은 빡빡한 일정에 푹 쉬지도 못한 채 워싱턴과 앨라배마로 이어지는 깨달음의장, 천일결사자 모임 및 개원법회 참석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무심한 듯 배낭을 매고 비행기 타러 들어가시는 법사님의 뒷모습이 그냥 그대로 큰 사랑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더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김혜진 희망리포터 (엘에이정토회 샌디에고법당)
편집_ 김지은 (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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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첫 정일사의 강렬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해외에도 더 많은 수련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법사님 감사합니다. 혜진 법우님 좋은 소식 잘 읽었습니다.

2016-11-19 02:19:58

유주영

혜진법우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도반들과 소중한 시간을 가지셨네요. 여러가지 어려움속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 혜진법우님 화이팅!

2016-11-16 12:08:03

부동심

묘당법사님과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샌디에고법당 화이팅, 김혜진 보살님 화이팅!!^^

2016-11-14 19: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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