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파주법당
임진각 새해맞이 만 배 정진

[일산정토회 파주법당]

임진각 새해맞이 만 배 정진

 

1231, 경전반 종강 수업을 마치고 나니 일단 과정을 끝냈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이제 당분간 법당 안 와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공양 시간에 법당 부총무님이 임진각 만 배 정진 누룽지 공양 봉사 얘기를 꺼냈습니다.

 

, 아직 책장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또 봉사?’

 

순간 분별이 살짝 들었지만 다가오는 2016년을 새롭게 맞고 싶은 마음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11일은 일산법당, 2일은 파주법당, 3일은 덕양법당이 당번이랍니다.

 

2일 아침 일곱 시,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번쩍 뜨고, 중무장(?)을 시작했습니다. 파주는 남한의 최북단이라 언제나 체감온도가 서울보다 3~4도 낮습니다. 한파가 오면 임진강이 꽁꽁 얼었다 녹아 강 전체에 얼음 꽃이 장관을 이루지요. 그런데 허허벌판과 같은 망배단에서 300배 동참을 하고, 누룽지 공양 봉사를 해야 한다고 하니 저절로 몸이 얼어붙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작년에 참여했던 도반들이 엄청 추웠다고 하니 겁도 났습니다.

 


 

 임진각 풍경

 

도착한 임진각에는 이미 11일부터 시작해서 3일까지,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3일 동안 통일을 염원하며 만 배를 하는 분들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조용히 뒤 쪽에 자리를 깔고 300배 동참을 했습니다. 다행이 날씨는 걱정했던 것보다 포근하고 좋았으나, 잔뜩 껴입은 옷 때문에 300배를 하고 나니 온 몸에 땀이 배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북녘 땅을 보러 왔던 실향민들이나 관광객들, 외국인들은 30여 명의 사람들이 북녘 땅을 향해 절을 하고 있으니 무슨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사진도 찍고 무슨 행사냐고 묻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았으면 정토회를 알리는 책갈피라도 들고 와서 나눠 줄 걸,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간단하게 취지를 알려 드렸습니다. 

 


 북녘을 바라보며 만 배 정진 중인 도반들

 

한 눈에 보아도 실향민인 듯 보이는 노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망배단에서 묵념을 했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저 분들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기를,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리길 바라며 300배 정진을 보태며 진심으로 평화통일을 발원해 보았습니다. 절을 마친 뒤 만 배 정진으로 체력이 고갈됐을 분들을 위해 가을불교대 한인숙 님이 한 보따리 보시한 누룽지를 끓였습니다.

 


 봉사활동으로 반짝반짝 예뻐진 파주법당 도반들

 

새해 벽두부터 봉사하는 좋은 기운으로 모두 얼굴이 반짝반짝하고 미소가 끊이질 않습니다. 마음이 밝으니 얼굴이 절로 예뻐지나 봅니다. 특히 불교대 졸업하는 젊은 피(?) 수혈로 늘 일손이 부족한 파주법당에 화기애애한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 메뉴는 누룽지와 김치, 두부조림, 그리고 대추차입니다. 대추차는 가을불교대 신영숙 님이 집에서 이틀을 달여 가져온 것인데 대추와 감초향이 어우러져 아주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봄불교대 조정애 님이 가져온 두부조림은 공양을 한 모든 분들이 레시피를 물을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만 배를 완배한 분들의 식사 모습

 

참 대단한 분들이죠? 절하시는데 방해 될까 봐 일일이 성함을 여쭙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1, 동래 1, 파주 1, 일산 3, 광명 1, 강화 1분 총 여덟 분이 완배를 했답니다. 천 배는 몇 번 해봤지만 만 배라니, 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파주법당을 대표해서 만 배를 한 노복희 님의 소감을 물었습니다.

 

"왠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온갖 뻗대는 마음 때문에 신청 마감 날 자정 몇 분을 남겨놓고 '할게요' 세 글자를 톡으로 보내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하던지... 정진 3일 동안 참 편안한 마음으로 절을 해서 스스로도 참 신기했어요. 집에 가서 잘 때는 온 몸이 쑤셔서 끙끙거리기도 했는데 망배단에 서서 절할 땐 너무 편하게 절이 되더라구요. 오늘 되돌아보니 내 힘으로 절을 한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많은 분들의 통일염원과 정성 덕분에 그렇게 편안히 절을 했구나... 알아졌어요. 3일간 즐거운 여행을 한 듯도 싶고, 그냥 담담해서 어떻게 만 배를 했냐고 자꾸 물어오는 주변의 관심이 쑥스럽기만 합니다, 하하하"

 

만 배 그거 별 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노복희 님의 환한 얼굴을 보니 정말 별 거 아닌 듯 가볍게 여겨지며, 다음엔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래서 도반의 힘이 무서운가 봅니다. 물론 닥치면 꽁무니를 뺄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만 배 정진 중인 노란 옷의 노복희 님

 

누룽지 공양 봉사 마무리를 하고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나누기를 했습니다. 참여한 많은 분들이 소감 나누기 중 이번에 누룽지 공양 소임을 맡으신 이영실 님과 파주법당 부총무이신 최수영 님의 나누기를 살짝 공유합니다.

 

이영실_ 파주법당의 조직력이 나날이 좋아져서 작년보다 음식 양도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임진각에 오신 분들이 저런 사람들이 있어 나라가 안 망한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했고, 새벽에 예배 오신 분들이 있어서 나란히 예배와 만 배 정진을 같이 했는데, 함께 힘이 모아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최수영_ 노복희 님이 파주법당을 대신해서 만 배 해주셔서 감사했고, 공양 맡으라고 했을 때 엄두가 안 났는데 불교대분들이 잘해줘서 적은 인원이지만 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만 배 정진하시는 분들을 보니 저 정성 덕에 마음이 모이는구나 싶어서 무슨 일이든 큰 마음 내서 일해보자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런 부총무님의 큰마음 덕분인지 거사님과 아드님까지 동참하여, 거사님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훈훈한 정토행자의 모습입니다.

 

파주는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침략을 받을 것이고,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북한으로 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그러나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통일의 기쁨보다는 전쟁의 공포입니다. 특히 방송에서 한 번씩 북한의 도발 어쩌구 떠들어댈 때는 공연히 마음이 불안해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 첫날 임진각에서 하는 <새해맞이 평화통일 만 배 정진>은 파주 사는 사람들에게는 각별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어찌 파주 시민들만의 염원일까요? 대한민국 국민 중 누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국민으로 살길 원했을까요? 스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통일이 밥 먹여 준다!"”는 말씀과 더불어 전쟁의 두려움이 없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열망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 이번 만 배 정진에는 11일은 66, 2일은 52, 3일은 63명이 동참 했습니다.

 

추위도 녹여버릴 만큼 뜨거웠던 3일간의 염원! 그 열기로 사람들 가슴 속에 통일을 향한 작은 불씨 하나가 지펴졌길 바래봅니다. <임진각 평화통일 만 배 정진>이 우리나라 통일의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2016년을 뜻 깊게 시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_김명호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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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읽는 내내 콧등이 시큰거리네요. 파주법당 도반님들 멋져요. 하루 빨리 긴장이 완화되고 최소한 교류라도 이루어지길 매일 아침 기도합니다.

2016-01-13 15:19:10

보리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극정성의 마음이 대양을 건너 전해지는데, 강 건너 북녘에 왜 아니 전해지겠습니까.^^ 새해에는 통일의 기운이 더욱 무르익기를 기원합니다.

2016-01-12 21:00:24

혜정화

새벽이라 날씨도 추웠을 텐데 따끈한 누룽지 공양 드시고 만배하셨군요^^<br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통일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_()_<br />

2016-01-12 16: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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